미디어의 이해는 책의 제목과는 달리 결코 이해하기 쉽게 쓰인 책이 아니다. 현란한 은유에도 불구하고 매클루언의 이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그는 모든 매체가 인간 능력의 확장이라고 본다. 책은 눈의 확장이고, 바퀴는 다리의 확장이며, 옷은 피부의 확장이고, 전자회로는 중추신경 계통의 확장이다. 감각기관의 확장으로서 모든 매체는 그 메시지와 상관없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말하자면 매체가 곧 메시지다. 같은 메시지라고 하더라도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말하는 것과 신문에 나오는 것, 그리고 TV로 방송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결국 매체가 다르면 메시지도 달라지고 수용자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매클루언이 말하는 인간의 호가장이라는 의미는 인간의 호가장에는 기술의 본질적 구조가 개입하고 있으며, 그 본질적인 구조는 기술이 지닌 도구적 지향성, 혹은 편향성이며, 그 결과로 등장하는 것은 감각비율의 변화를 통한 인간-기계-세계의 관계 맺음의 양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매클루언에 의하면 원시부족 시대에 인간은 청각, 시각, 촉각 등오감이 조화를 이뤄 감각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혁신으로 감각이 확장되면서 감각의 균형은 무너지고, 그것은 다시 기술을 낳은 그 사회를 재구성하게 된다. 즉, 알파벳처럼 시각적으로 고도로 추상화한 인쇄문자의 발면은 원시인들의 감각 균형을 무너뜨려 시각 중심형 인간을 만들기 시작했고, 16세기 인쇄술의 발명은 이런 시각중심현상을 가속화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전신의 발명으로 전자매체 시대가 열렸고, 특히 복수의 감각을 요구하는 텔레비전의 발명과 보급은 인간의 감각 균형을 복구시켜 궁극적으로 인류를 다시 부족화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것은 말하자면 선형적 논리에 매몰되었던 인쇄 시대의 시각 중심형 인간이 감각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며, 오래전에 추방되었던 낙원으로 복귀함을 의미한다.
- 포스트휴먼과 탈근대적 주제 중에서 -